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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학생평가서의 의미를 생각하자” I
글쓴이: SIS 류찬미 원장

우리나라의 학교나 학원에서의 학생 평가는 거의 대부분 점수, percentage(퍼센트), 등급, 등수로 이루어진 것 같다. 영역별 혹은 전반적인 의미의 교사 코멘트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그 코멘트가 숫자나 등급으로 된 마킹보다 덜 중요한 요소로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점수나 등급이 거의 절대적인 의미가 되는 평가서를 통해서는 학생 개개인의 발전을 위한 교사들의 의견을 심도 있게 다루기 힘들고, 학생은 본인의 노력에 대한 결과를 숫자, 등급을 통해 다소 차갑게 느낄 수 있다.

결과를 거의 점수, 등급 위주로 보여주는 평가서 방식이 항상 정확하게 결과를 증명하는 것도 아니다. 객관식 문제들을 대강 ‘찍어서’ 더러 맞추어 좋은 점수를 받은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등급(Grade)을 통해서만 평가를 제공하는 경우, 그 평가가 구체성에서 질적으로 떨어지는 것도 물론이다. 만약 A- 그레이드 범주 안에서 A급, B급, C급이 있다면 그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알기가 어렵고, 해당 과목에서 부족한 그레이드를 받은 학생의 개선점은 교사와의 개인적인 상담을 통해서가 아니면 평가서 상에서 상세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상대평가가 당연한 잣대처럼 되어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보다’ 점수가 더 높게 나오지 않으면 그 노력이 어떠하였든 좌절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상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꼴등을 하던 아이가 노력해서 실력이 늘었는데 본인 이외 다른 모든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노력해서 모두가 상향하게 된 경우, 상대평가의 잣대로 하면 그 아이는 여전히 꼴등으로 머무를 수 있다. 이것이 상대평가의 현실이다.

미국 아이비리그나 명문대, 혹은 학문분야에 따라 높은 명성을 가지고 있는 대학교에서는 신입생을 선별할 때 점수만을 비중 있게 보지 않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정신이 있는지, 학교에 필요한 사람인지, 그 학교의 인재상으로 발전할 자질이 있는지 – 이러한 조건들을 분별하는 작업을 여러 장치를 통해 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에세이, 인터뷰, 스포츠 활동이나 연주회를 증명하는 자료들, 봉사활동 기록 등이 그러하고, 추천서도 매우 비중 있게 본다. 그리고 합격자를 선택하기 전 교수 회의를 열어 서로 의견을 나누고 결론을 함께 도출해 최종선택을 하기도 한다.

물론,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의 좋은 학교에서도 점수는 하나의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점수가 낮은 학생들이 상당히 성실하거나 뛰어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점수가 합격에 차지하는 비율이나 실제로 아이비리그에 합격한 학생들의 SAT, ACT 등 시험점수를 보면, 상대적으로 점수가 조금 낮아도 다른 부분에서 두각과 비전을 보인 경우 점수가 더 높은 학생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선택된 경우가 통계적으로 많다.

나는 학생평가서가 결과를 객관적으로 증명함과 동시에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을 겨냥하고 있어야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믿는다. 내가 IB Organization의 교육을 받을 때도 평가서(assessment)는 교육의 큰 비중을 차지했다. 평가서의 참된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가, 평가서의 세부항목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평가서를 작성하는 방식은 어떠해야 좋은가, 평가서의 양식은 어떠해야 교사의 메세지가 잘 전달될 것인가 – 하는 질문들을 논의하고 고민한 것은 평가서에 대한 내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한 경험이 되었다.

평가서가 결과를 정확하게 기록하면서도 따뜻하고 섬세한 접근으로 개선점을 충분히 제시하고 미래지향적 의견을 제공한다면 학생들에게 더 많은 유익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교육기관에서 평가서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학생들에게 더 유익한 방향으로 변화를 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